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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9 프리즌브레이크도 안부러운 한국판 탈주극 - 내 심장을 쏴라 (16)
posted by 연구하는 chul2 2009.07.09 16:17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수상경력이 화려한 책을 손에 들고 나면, 걱정부터 드는 경우가 많다.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도 소재와 수상경력에 이끌려 리뷰를 신청했지만, 막상 책을 받아서 손에 들고나니 그 무게감에 약간의 부담을 느꼈었다. 내가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으리라. 하지만 이번 독서 이후로 아마 이런 걱정을 다시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자 마음을 먹었으면, 그 정도야 어찌되었든 효과가 있기는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빈칸]을 사랑하는 철이나라'는 영화가 주인 블로그인데,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방향전환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든다. 물론 좋은 영화든 좋은 책이든 접한 이후의 만족감은 같지만 그 깊이와 여운면에서 책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가 짧은 순간 강한 강도의 충격을 준다고 표현한다면, 책의 경우에는 내 머리를 꽉 쥐고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놓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유정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는 물음이다. 매일 똑같은 일정을 반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물음에 부딪혀 당황한 적이 있지 않을까? 소설 속 두 인물 류승민과 이수명은 끊임없이 이 질문에 치이며 폐쇄 병동안에 갇혀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류승민은 그 상황에서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꼭 해야겠다는 목표점이 있는 반면에 이수명은 내일에 대한 생각을 회피한 채 그 상황에 순응하려 한다는 점이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는 말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잃지 않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나이지만, 적어도 이것과 삶의 목표가 있고 없음에는 차이가 있다. 이수명은 과연 그 차이를 인식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정유정작가는 우연하게 폐쇄병동을 접할 기회를 얻었고, 그 안에서 생활하며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조력자들을 만났나보다. 소설 속 인물들이 작가가 경험한 실제 폐쇄 병동의 사람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그들은 이미 운명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기회마저 박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날개 꺾인 독수리의 절망은 오리의 이해영역 밖에 있다."

  소설의 중반 이후에 나오는 이수명의 독백 중 하나이다. 이는 소설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 반영하여 리뷰에 포함시켰다. 
  사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소설의 핵심에서는 꽤나 멀리 있었다. 에피소드 하나 인물 하나에 집중하느라고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책을 거의 다 읽을 때쯤에야 손에 쥘 수 있었다. 특히나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수명이라는 인물에게 너무 많은 할애를 했던 것 같다. 이수명은 아픈 과거도 있고 억울하게 폐쇄 병동에 들어갔음에도 책을 읽은 나조차 그러한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현실에 잘 순응해버린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신의 처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주위 환경 주위 사람에게 온 정신을 쏟는다. 스스로를 방어해야한다는 생각 정도는 하지만 그것을 실천할만한 이기적인 사람 또한 되지 못한다. 부끄럽지만 소설속 이수명의 모습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물론 그 행동들의 원인은 다르겠지만, 그 행동 자체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이수명과 나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면서 만족해버릴 뻔 하기도 했는데, 위에 언급한 한 마디가 나를 그 편협함 만족감에서 끌어올려주었다. 날개가 꺾일 위험이 있을 지언정 오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물론 이는 나 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이런 생각을 했던 이수명 스스로에게도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는 소설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지만 스스로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이기에 꼭 언급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고 말이다.

프리즌브레이크도 안부러운 한국판 탈주극

  <프리즌 브레이크>라고 하면 국내에서도 내 또래아이들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미국드라마이다. 나도 지금은 챙겨보지 않지만, 시즌1편은 매우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알기로는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적도 다른 이 드라마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소설을 비교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탈주극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꼭 말하고 싶은 차이점도 생각이 나서 제목을 저렇게 지어보았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는 탈주하는 과정과 그로 인한 긴장감이 첫 번째 목표이고 이 드라마가 주는 가장 큰 재미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딴 사람들은 아무리 많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쉽게쉽게 사람이 죽어나가고 갈등상황을 연출하는 것 이외에 인간적인 동질감을 주는 경우는 단연코 1%도 되지 않는다. 반면에 <내 심장을 쏴라>에서는 탈주를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서 특징적인 역할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잠깐 나오는 단 한 명의 인물에게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그리고 공감이 간다. 정말 미쳐서 정신 병동에 있는 사람이든 정신 병동에 갇힌 이후에 미쳐가는 사람이든 어느 누구의 손도 놓아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탈주는 한다 안한다의 정도의 비중밖에는 없고 그로 인한 긴장감 또한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소설 전체가 주는 재미와 감동은 <프리즌 브레이크>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가장 치열한 과정으로 선출된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작품 <내 심장을 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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