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연구하는 chul2 2009.06.23 23:20
  개봉 첫 주 관객수 약 6만명, 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치고는 너무도 처참하다. 게다가 국내에서 꽤나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여배우 전지현의 헐리우드 데뷔작이다. 좀 너무 하지 않았는가?
 
  ...

  라고 나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당연한 결과였다는 생각뿐이다. <블러드>는 오래도록 쌓아온 뱀파이어물의 대한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릴만한 졸작이었다. 나름대로 분위기 조성을 잘한 임팩트있는 오프닝을 보는 동안과 그 후 몇 분 동안은 '흠..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영화 너무 대책이 없다. 비록 내가 원작만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원작 블러드는 꽤나 매니악한 스타일의 만화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해보았고, 영화 <블러드>는 그것을 어떻게 잘 베껴보려고 노력하기는 했으나 실패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C0
  

  블러드써커
  굳이 뱀파이어가 아니라 블러드써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원작에서 사용된 명명법일 수도 있고, 내가 모르는 뱀파이어의 또 다른 영단어일 수 도 있겠다. 여튼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그들의 존재감이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분명히 뱀파이어가 소재인데, 보여지는 모습은 좀비같기도 하고, 그냥 괴수물에 등장하는 몬스터같기도 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종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블러드써커가 변신한 후의 CG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안타까운 수준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진심으로 차라리 손으로 만들어진 탈을 쓰고 나오는 것이 어땠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심지어는 신체 비율이 자꾸만 바뀌기도 하더라. 그것이 의도되었는지의 여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의도했든 안했든 안그래도 어설픈 캐릭터가 자꾸만 어색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당최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러티브
  그냥 무난했다고 평해주고 싶지만, <블러드>의 스토리는 <드래곤볼 에볼루션>이나 <D-war>랑 하등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영화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진지하기 때문에 얼핏보면 더 나아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괜찮아던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야에게 닥치는 시련의 난이도 배분정도?!. 이건 확실히 앞의 두 작품보다 나았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한숨이 나와서 그렇지,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는 적당한 긴장감과 공포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CG가 안티다.

  액션
  위에서 잠깐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액션영환데 이 부분이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몇몇 리뷰어들이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훌륭한 B급 오락영화라고 평을 해주었는데, 나는 그것이 액션의 측면에서 해석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피가 튀는 효과가 너무 이질적인 것만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건물들 사이에서 일대다로 싸우는 장면은 <블레이드>나 <킬 빌>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훌륭했다. 
  역시나 CG가 안티다.

  전지현
  너무 공격 일변도로 리뷰가 진행될까봐 자제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요소는 전지현의 존재 그 자체이다. 우윳빛 피부와 가냘픈 팔다리를 가지고 험악한 블러드써커들을 상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와이어에 매달려 있는 티가 나도, CG가 어설퍼도, 움직임이 식상해도, 그 어두운 배경에서 벌어지는 액션씬과 그 안의 전지현의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그런데 너무도 안타까운 것은 그녀가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한들,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지현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원작에서 굳혀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사야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차가워보이지만 인간적인 본성을 잃지 않은 그런 느낌의 캐릭터인데, 뭐랄까 전지현이 그리는 사야는 그 외형은 굉장히 훌륭했지만 그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야와 전지현의 겉모습이 굉장히 높은 수준의 싱크를 보여주는 반면에, 불멸의 존재로써 오랜 기간을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온 깊은 상처가 있는 사야인데도 불구하고, 전지현의 사야가 흘린 눈물은 그녀가 멜로물에서 보여주던 수준의 눈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보았다. "전지현은 배우로써의 역량은 뛰어나나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감독이 바로 옆에 붙어서 지도해줄때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배우이다. 안타깝게도 전지현은 그런 역할을 해주는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 뭐 이런 뉘앙스의 글이었다. 영화 속에서 영어가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 그녀는 한국에서 <엽기적인 그녀>같은 좋은 작품과 곽재용 감독같은 자신을 잘 파악하는 좋은 감독을 만나는 경험을 더 해야하나보다.

  전지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영화는 분명히 실패했다. 배역은 잘 골랐지만, 영화를 잘못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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