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 영화를 같이 본 친구들도, 그리고 이 영화의 광고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X맨>. 뮤턴트라는 단어와 그럴듯한 광고카피로 미루어 짐작해봤을때, 이 영화의 마케터도 그러한 홍보효과를 노렸을 것으로 사려된다. 금년에 수많은 히어로물들이 개봉했지만, <X맨>만큼 꾸준히 사랑받고 또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드물기때문에 그러한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당황할 관객들을 생각하니 좀 괘씸하다. 아무리 흥행 그 자체가 목적이라지만 이건 거의 사기수준이다. 쟁쟁한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 얼마 안되는 정도의 상영관을 확보하겠지만,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내지 않기 위해서 빨리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하나 확인하고 가야할 것이 있다. 굉장히 공격적으로 시작한 영화이지만, 사실 <뮤턴트 다크에이지>는 아주 뚜렷한 목적성(과격한 볼거리)을 지닌 그렇게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 단지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얻고자 하는 바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불일치할 가능성이 너무도 높기때문에,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확실히 알고나서 보러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주장한 것이다.
그럼 먼저 이 영화의 줄거리부터 살펴보자.
서기 28세기. 빈번한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에 4개의 대륙만이 살아남아 지구의 마지막 지하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던 어느 날,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던 어둠의 문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뮤턴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의 쉴새없는 공격으로 전쟁터는 아수라장이 되고 이제 인류의 미래는 새 국면을 맞이한다.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어버린 지구. 고대 예언에 따라 모인 8인의 전사들. 인류의 생존을 결정할 최후의 미래전쟁이 지금 시작된다!
이 포스팅의 제목에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는 SF액션물이기 이전에 좀비호러물이다. '호러'라는 단어를 붙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폭력성과 잔인성을 보았을 때, '호러'라는 단어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뮤턴트'가 지칭하는 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살인기계를 의미한다. 살인기계인데 왜 좀비물이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도 같은데, 이 영화에서 살인기계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뿐이지, 그들이 하는 행동과 그들의 외형을 보면 그냥 팔에 칼이 솟아나있는 좀비에 불과하다. 또한 이 영화의 출연진들은 다들 쌈박질, 총질을 잘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꽤나 훌륭한 액션을 선보여주기는 하지만, 뮤턴트와는 거리가 멀다. 즉, <X맨>에서 처럼 마법을 쓰거나 변신을 하거나 날아다니는 등의 기대감은 버리라는 말이다. (나만 이런 기대를 한 건가. -_-;;)
존 말코비치, 토마스 제인, 론 필먼, 드본 아오키 등 <뮤턴트 다크에이지>의 배우들은 국내에서는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매번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다. 그리고 이 영화 <뮤턴트 다크에이지>는 그런 배우들을 담기에 그 그릇의 크기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릇의 모양이 굉장이 독특했을뿐...
이 영화가 목적한 바는 단 한가지 바로 눈요기이다. 대중보다는 매니아층을 위한 하드고어물이면서 어둡지만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영상들을 선사한다. <씬시티>의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고어물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수위가 약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관객의 수준에서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수위는 굉장히 높다. 살인기계의 무기라 함은 팔에 솟아난 칼 단 하나인데, 아무런 여과없이 머리를 관통한다든가 몸통이 절반으로 찢어진다든가 하는 장면이 비일비재하다. 이쯤되면 어떤 스타일의 영화인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난 밤에 보았던 그 끔찍한 영상들을 상상하며 이 영화에 대해 더 서술하기도 힘들다. 이 살인기계들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니, 예전에 큰 주목을 받았던 호러물 <디센트>에 나온 괴물과도 비슷했던 것 같다. 사실 좀비가 다 거기서 거기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좀비는 살상능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쉽지만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국내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유명한 배우들이긴 하지만 그 배우들이 흥행을 보장할 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것도 아니고,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국내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입소문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시장에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하려고 노력했기에 이 정도 수위의 글을 작성한거지, 개인적으로도 참 힘든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지인들에게 전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방구석에서 독특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보는거면 몰라도,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라고 추천해 줄 위인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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